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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공연

피프티피플 (스포 포함)

by LUVLUD 2021. 3. 23.


결말에 대한 중요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주의하세요!!!!!






정세랑 작가님의 책 중에 보건교사안은영 다음으로 추천이 많았던 책

읽기 전에 제목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목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약 50인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전체적인 배경으로 어느 작은 마을에 있는 종합병원이 주축이 되고
이와 관련한 인물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병원과 관련된 이야기이다보니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우울하고 진지한 에피소드들이 많았는데
진행될수록 유쾌하고 멋있는 인물들도 등장하게 되고 한 사람의 입체적인 모습도 보게 되면서
점차 이 50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속해서 촘촘해지는 연결망에 머리가 복잡해지고 아득해질 때쯤,
마지막 장이 나왔다.

아, 이 마지막 장을 위해서 50인의 이야기를 다루었구나.
순간적으로 세월호 참사, 그 밖의 그동안 뉴스에서 무수히 접했던 안타까운 사고들이 생각이 나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서로 전혀 관련 없어보이는 평범한 사람들 50명,
그들은 한 날 한 시에 우연히 같은 공간에 있었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구한 사람들 또한 피해자들과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평소에 영화를 볼 때 히어로물이나 전쟁물 같이
일부 주인공을 위해 이름모를 단역 1, 2, 3들이 너무나 쉽게 목숨을 잃는 과정이 담긴 영화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에겐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세계를 구하는 과정이 중요할 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저 창이나 칼을 휘두르다 1초만에 사라지는 단역의 인생도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MBC 드라마 '역적'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는데,
단순히 홍길동이라는 유명한 인물의 영웅담에 초첨을 맞춘게 아니라
민초들의 이야기,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잘 담아냈기에 보는 내내 감탄하고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점에서 피프티피플도 일상속에서 잠깐의 뉴스로 언급되고 사라지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았던 일'을 더 깊게 이해하고 개개인에게 공감이 잘 되도록 해주어서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책 전체적으로 각 에피소드 별로
건강, 사건사고, 안전문제, 삶과 죽음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는데
이러한 주제들도 공감이 가고 좋았다.


작가님이 의도하셨는지 안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세월호 참사가 떠올랐다.
다시한번 그분들의 평안을 빌면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