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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공연

피아졸라, 바흐를 만나다

by LUVLUD 2021. 7. 1.

@여수 예울마루


 

종강 하자마자 바로 다음날 여수에서 고상지님 공연이 있길래 주저없이 예매한 공연

단돈 만원에 고퀄리티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진짜 행복했다.

피아졸라 100주년이라 그런지 관련된 공연이 전국 여기저기서 많이 이뤄지는 것 같았다.

 

순천에서 하루 묵은 뒤 아침일찍 여수로 출발했는데 

여천역에서 대중교통으로 예울마루까지 가는게 영 차편이 여의치가 않아서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공연장이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서 공연도 보고 오랜만에 탁 트인 바다를 보니 어제까지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게 굉장히 예전일처럼 느껴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져서 좋았다.

 

오전 11시 공연이었는데도 객석은 거의 만석이었는데, 관객들 이야기를 우연히 들어보니 전국 여기저기 공연 찾아보러 다니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아서 열정이 대단하시다고 느꼈다.

 

이날 주제가 피아졸라 + 바흐였는데, 지난번 고가네 공연처럼 전반부는 고상지님의 피아졸라 연주, 후반부는 다른 분들의 바흐 연주가 진행될 거라고 예상하고 공연장에 입장을 했다.

전날 친구네집에서 새벽 4시까지 떠들다 늦게 잠들어서 그런지 공연 1분전까지 거의 기절하듯이 잠들어있었는데, 

종이 울리고 공연이 시작되니 저절로 눈이 번쩍 떠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날 해설과 비올라 연주를 해주신 이신규님의 이야기가 정말 찰지고 재밌었다!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은 기존의 '탱고 춤'을 위한 음악이 아닌 '연주'를 위한 음악이었다는 것,

피아졸라가 어린 시절 유명한 음악가를 따라 투어를 갈 뻔 했지만 아버지가 반대하였는데 몇년 후 그 투어팀의 비행기가 추락하여 전원 사망한 사건,

프랑스 유학 시절 초기에는 클래식 음악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가 본인 고향의 음악인 탱고를 접목시키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등

그냥 음악만 들었으면 몰랐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서 다같이 교양수업 듣는 기분으로 재밌게 들을 수 있었다.

 

전반부에 피아졸라에 대한 소개 이후 5곡이 연주되었는데 

맨날 유튜브로만 들었던 oblivion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진!짜! 좋았다.

5곡 중 마지막으로 연주된 항구의 봄(Primavera Portena)는 처음 들었던 곡인데도 그 자리에서 반해버렸다ㅋㅋ

최애곡 바뀔 듯...

중블에 앉아서 그런건지 저번 예당 공연때보다 소규모인데도 소리가 더 풍부하게 잘 들려서 만족스러웠다.

 

인터미션없이 후반부로 들어갔는데,

바흐에 대해서도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도 자식이 20명이나 있었다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충격

 

그리고 푸가.. 대위법.. 이런 어려운 작곡 관련 용어를 설명해주는데 쉽게 말해 돌림노래라고 하면서

관객들에게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동요를 돌림노래로 불러보자고 했다!

왼블 중불 오블 나누어서 3단으로 돌림노래를 불러보았는데

다들 어디서 합창단 하시다 오셨는지 생각보다 화음이 너무너무 잘 맞아서 하면서 짜릿함을 느꼈다!

음역대가 높게 잡혀서 그런가 약간 홀리한 느낌이 들기도 하곸ㅋㅋㅋㅋㅋ

전반적으로 이날 관객들 참여율도 높고 호응도도 좋고 굉장히 적극적이셨던 느낌

 

바흐 소개 이후 4곡이 연주되었는데 당연히 바이올린과 피아노 중심으로 연주될 거라고 생각했던 곡들을

반도네온 버전으로 듣게되어 깜짝 놀랐다. 

반도네온의 기원이 교회에서 비싼 파이프오르간을 살 수 없어 대용으로 쓰던 작은 악기라고 한다.

그 설명을 듣고 바흐의 곡을 반도네온으로 들으니 더 잘 어울렸다.

연주 방식은 피아노와 같은 건반이지만 울림은 현악기와 비슷하게 풍부하게 들려서 더 찰떡이었던 거 같다.

 

바흐의 곡이 끝나고 마무리로 피아졸라의 대표곡 2곡이 연주되었는데

처음엔 지난번 예당에서 들었던 곡이라 또 들으면 별 감흥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합을 맞추는 연주자들도 다르고, 공연장도 다르다보니 색다른 느낌으로 들을 수 있어서 또 감동받음😭

특히 바이올린 담당하신 윤종수님 굉장히 자유로운 느낌으로 연주하시는 모습이 멋있었다.

공연 앞부분 내내 피아노가 딱히 부각되진 않았었는데, 마지막 곡에서 이현진님 피아노 솔로를 길게 들을 수 있어서 또 눈감고 손 부여잡고 감상..

연주 내내 중심을 잡아준 첼로 강찬욱님도 넘 멋있었음.. 여천역에서 기차탈 때 왠지 같이 탄거같은데 차마 아는 척을 하진 못했다 ㅋㅋㅋ 

이신규님은 비올라 연주하랴 해설하랴 정말 바쁘셨을 것 같다. 자유로운 느낌의 바이올린과 댄디한 느낌의 비올라가 대조되면서 뭔가 메모장을 켜게 만드는 느낌...ㅎㅋ

 

마지막에 앵콜도 당연히 있었는데 곡 명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ㅠㅠ

무튼 오전 이른 시간의 공연이었는데도 전혀 처지지 않았고

연주자분들과 관객들의 합이 잘 맞았던 좋은 공연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잠깐 장도에 들려 바다 구경을 했다.

계절에 따라 물 때를 맞춰야 장도에 들어갈 수 있으니 방문 전 미리 예울마루 홈페이지에서

입도 가능한 시간을 확인하고 가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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