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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2018년 9월 25일 세비야 Seville 2일차

by LUVLUD 2018. 11. 3.

Jester → 스페인광장 → 알카사르 → Bolas → 플라멩코박물관 → 아시안마트 → 호스텔 → 스페인광장 → 타파스바



★난생 처음 3만보 걸은 날★


1. 오전 11시즘 느즈막히 일어나서 브런치로 유명한 Jester에 갔음

후기 보니까 예쁜 나무도마에 진짜 예쁜 브런치가 나오는 곳이길래 갔는데

가게도 정말 코딱지만하고 앉는 자리도 얼마 없는데 꽉 차있는 상태였고,

웨이팅도 어마어마한 상태였다.

할 수 없이 포장해가기로 하고 샌드위치+딸바 스무디를 샀음! 6.9유로


스무디 메뉴판에 있는 글자를 읽을 줄 몰라서

걍 딸기와 바나나가 들어간걸로 달라고 했더니

딸바를 만들어주었다 ㅋㅋ

원래 메뉴에 딸바가 있었던건지.. 그냥 만들어주고 일반 가격을 받은건지 모르겠지만

오전부터 너무너무 더운 날씨에 시원한 과일주스를 마시니 갈증이 해소되고 좋았다.


2. 포장한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들고

천천히 걸어서 스페인광장으로 향했다.


스페인광장 가는 길이 꽤 멀었는데,

세비야는 웬만한 곳이 다 가깝게 느껴져서 슬슬 걸어갔다.

정말 타는듯한 태양을 피하기 위해서 밀집모자를 깊숙히 눌러쓰고 다녔다.


스페인 광장에 도착하자 어마어마한 규모와 화려함에 입이 벌어졌다.

분수대가 있는 광장과 그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축물....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그 광대한 규모가 한 장에 담기지 않았다.

해는 또 얼마나 쩅쩅한지, 사진이 햇빛때문에 바래보일 정도였다.


20~30분 되는 거리를 걸어다닌 탓에

포장해갔던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난 그냥 편하게 앉아서 좀 먹고싶었는데....

사람들이 자꾸 내가 앉은 곳 뒤의 벽화를 구경해서 참 민망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뭔가 기념품같은걸 파는 노점상인들이 유독 다 흑인임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스페인광장에서 처음으로 캐스터네츠를 파는 것을 보았는데

아직 플라멩코 공연 보기 전이라 왜 파는지 이유를 모른 채 돌아다녔다.


스페인광장에서 중국인/한국인 관광객에게 사진도 부탁하고,

한참을 앉아서 구경하다가 알카사르로 향했다.


3. 알고보니 24일(월요일)에 알카사르 무료입장이 가능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24일에 도착해서 한국어 오디오가이드가 포함된 입장료를 18유로에 구입했다.


오후 1시반쯤 정말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았지만 알카사르 앞에서 음료수 하나만 사들고 입장했다.

입구에 가서 보니 어제 사진찍었던 예쁜 분홍색 성이 알카사르 성벽이었다.


생각보다 알카사르가 넓고 예뻐서 열심히 지도와 오디오가이드를 활용하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은 물이 중요하다더니,

정말 궁전 모든 곳에 고여있고 정체되어 있는 물이 아닌 유기적인 물의 흐름이 있었다.


오디오가이드를 듣던 중 후에 콜롬버스가 이 곳에서 항해의 거점으로 삼았다고 하니

갑자기 세비야의 화려하고 세련된 건축물들이 

세비야의 번영이 아닌 식민지 국가들에 대한 약탈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세비야 자라 앞에서 짝퉁 가방과 옷들을 팔던 사람들,

스페인광장에서 캐스터네츠와 부채를 팔던 사람들 모두 흑인이었다.

반면 내가 방문한 거의 모든 식당과 쇼핑몰, 관광지 등의 직원들은 다 백인이었다.

그 대조 떄문에 더욱 알카사르를 편하게 즐길 수 없었던 것 같다.


묘한 씁쓸함과 퉁퉁 부은 다리를 이끌고 다시 세비야 중심가로 향했다.


4. 플라멩코 박물관에서 5시 공연을 보기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었으므로,

다시 볼라스 아이스크림에 가서 2 Bolas를 4유로에 사먹었다.

벨지움초코와 딸기맛을 먹었는데,

맛은 첫날 먹었던 레몬+피스타치오가 더 맛있었다.

더운 날씨에 레몬 정말 강추 ㅠㅠㅠㅠㅠ


5. 플라멩코 박물관 공연은 미리 한국에서 예약했다. 22유로

다리가 너무 아파서 5시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이니까 앉을 자리는 있겠지.. 싶어서 4시 반에 갔는데,

벌써 입장이 시작되었고 맨 앞자리는 빨리온 사람들이 차지한 상태였다.

적어도 공연 40~50분 전에 미리 가는 걸 추천한다.


하지만 공연장이 워낙 소규모이기 떄문에, 뒷쪽에 앉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플라멩코에 대해 정말 1도 모른 상태에서 공연을 보았는데

무용수 + 소리꾼(노래 + 박수) + 기타리스트의 합이 어마어마하게 충격적이었다.


무용수는 이걸 다 어떻게 외웠나 싶을정도로

복잡한 스텝(거의 탭댄스와 유사) + 손소리 or 캐스터네츠 + 표정 및 안무가 너무나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박칼린을 닮은 듯한 여성 무용수의 연기가 너무나 환상적이여서,

플라멩코의 꽃은 역시 여성 무용수라고 생각했다.

남자무용수는 솔로 무대에서 땀이 흐르다못해 여기저기 튀면서까지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줘서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악보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정말 자유자재로 빠른 리듬과 연결된 음들을 정확하게 연주하는 걸 보고 반해버렸다.

너무 멋있어서 공연 내내 기타리스트를 가장 집중해서 본 것 같다.


뒤에 소리꾼들의 노래는 탁하고 집시들의 한이 서려있어 마치 판소리와 비슷하게 느껴졌고,

박자가 빨라질 수록 소리꾼들의 박수소리와 무용수의 스텝이 기가막히게 섞이면서 뭔가 홀리는 느낌이 들었다.


공연을 다 보고나서 완전히 플라멩코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다음에도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꼭 보러 갈 것이다.


6. 플라멩코 공연이 끝나고 완전 얼이 빠진 상태로 나온 후 급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계속 간식만 먹고 제대로 된 밥을 못 먹었더니

한식이 너무 먹고싶어졌다.

다행이 세비야에는 아시안 마트가 있었다!!! 

플라멩코 박물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아시안 마트에 들려서 튀김우동과 알로에음료를 사왔다.

이 마트가 좋은 것이, 컵라면을 사고나서 계산대에 나무젓가락이 있길래 얼마냐고 물었더니 무료라고 그냥 줬다!!!

해외에서 라면 사고 젓가락을 그냥 받다니 ㅠㅠㅠㅠ 너무나 감동.


호스텔로 돌아가서 튀김우동을 먹으니 정말 꿀맛 of 꿀맛

이때 거의 2만보 넘게 걸은 상태였다.

잠시 호스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해가 질때까지 기다렸다.


7. 8시쯤 됐을때 야경을 보기 위해 다시 스페인광장으로 출발했다.

오전에는 Jester에 들렸다가 광장으로 간 거기 때문에 걷는게 그리 부담되지 않았는데,

이미 2만보를 걸은 상태에서 30분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가자니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중간에 트램을 한 번 타보기로 결정했다!


트램 정거장에서 스페인광장까지 10분정도 걸어야 하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걷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만족했다.


스페인광장의 야경은 낮에 알카사르에서 느꼈던 불편한 감정을 모두 없애고

순수한 마음으로 그 풍경 자체를 감상하게 될 만큼 아름다웠다.


환한 달빛과 아름다운 조명, 그 반영을 보여주는 긴 연못과 형형색색의 분수가

서로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한참을 다리가 아픈줄도 모르고 혼자 사진을 찍으며 감상하고 돌아다녔다.


밤 9시 쯤이었는데도 관광객이 꽤 있었는데,

외국인 관광객에게 사진을 부탁했더니 정말 거지같이 찍어주었다.

한국인 관광객 없나 둘러보다가 일행인 여자 두 분이 보이길래 사진을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많이많이 찍어주시고 많이 도와주셨다ㅠㅠ


정말 감사하게도 나한테 혼자왔냐고 물어봐주시고,

괜찮으면 같이 밥먹으러 가자고 제안해주셔서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타파스를 먹으러 갔다.

정말 혼자여행객에게 따뜻한 온정 베풀어주신 그분들께 감사하다.


타파스가 가격이 정말 저렴하고 양도 많아서(2~3유로 대),

여러가지를 시켜먹었는데도 돈이 얼마 나오지 않았다.

샹그리아도 처음 마셔봤는데 그 집 샹그리아는 그닥... 맛있진 않았다 ㅋㅋㅋ

밥먹고나서 혼자고 숙소가 조금 먼 나를 배려해서 데려다주기까지 하셨는데 정말 다시한번 감사드려요..ㅠㅠㅠㅠ


8. 배터지게 먹고 숙소에 돌아오니 12시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시간에도 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다행히 숙소 같이 쓰는 분들도 늦게 들어와서 편하게 씻을 수가 있었다.

자기전에 만보계를 확인해보니 3만보 돌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인생 가장 즐겁게 많이 걸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