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니콜라스전망대 → La Vinoteca → Gar Anat Hotel → 산니콜라스전망대 → El Balcon de San Nicolas |
1. 분명 어제 타파스 투어 하면서 잘 먹고 잘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무겁고 으슬으슬했다.
원래는 유럽의 발코니라는 네르하를 가려고 했는데
이 상태로는 절대 버스로 왕복 3~4시간 되는 거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일정을 바꿔 그라나다 시내에 머물기로 했다.
2. 어제 타파스 투어를 하면서 (나혼자) 어색했던 그라나다와 조금 친숙해져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니콜라스전망대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세비야 광장의 낮과 밤이 얼마나 다른지 경험했던터라
산니콜라스전망대도 꼭 밝을 때 한 번, 어두울 때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몬하스델카르멘을 1박만 예약했기에
미리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겼다.
3. 구글 지도에선 도보 15분이면 올라 간다더니.....
산니콜라스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길은 지옥길이었다.
숨 차고 다리 아프고 가파르고 땀 범벅..... 심지어 올라가다가 지옥을 경험하고 ^^...........
난 왜 물 한 병도 들지 않고 거길 걸어가겠다고 올라간건짘ㅋㅋㅋ
참을 수가 없어서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하고 계단에 주저 앉아 씩씩거리고 앉아있는데,
옆 건물 옥상에서 왠 커플이 힘들어하는 나를 발견하고
괜찮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부를 물어봐주었다.
그분들 덕분에 힘을 내서 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기 직전
산꼭대기에 도착할 수 있었다.
(Tip. 전망대 꼭대기에 올라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레스토랑이 있음
거기 화장실 앞에 있는 캔에 1euro 동전 넣고 화장실 쓸 수 있어요)
4. 산니콜라스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그라나다의 풍경은 정말 예술이다.
그치만 전망대 난간에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어서
사진 찍기도 쉽지 않고 서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잡상인도 많고.
그래서 나는 전망대 바로 옆 교회의 정원(?) 쪽으로 갔는데
그쪽으로 가면 망원경도 있고 사람도 비교적 많지 않아서
편하게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알함브라궁전도 훨씬! 잘보인다.
혼자서도 사진 찍고, 한국인 분들께 사진도 부탁해서 찍기도 하고, 음료수도 사먹고 알차게 댕겼다.
5. 하산하는 길에 La Vinoteca 에서 점심을 먹었다. (별점 4개 ★★★★)
스페인에서 한번즘은 메뉴델디아를 먹고 싶었는데,
이 곳이 후기도 괜찮고 인테리어도 예뻐서 12시 딱! 맞춰서 식당에 들어갔는데 내가 첫 손님이었다.
메뉴델디아가 뭔지 정확히 몰라서 주문하는데 좀 애를 먹었지만
무사히 주문을 완료하고 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에피타이져, 메인메뉴 2가지, 후식, 곁들여 먹을 빵 등이 나왔던 것 같은데
속도 안 좋고 너무 양이 많아 다 먹지도 못하고 남겨버린게 너무너무 아쉽다.
후식을 고를 때 뭐가 뭔지 몰라서 직원 추천 메뉴를 먹었는데
쌀로 만든 고소한 아이스크림 같은 느낌?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역시 스페인!!!! 마늘 올리브 해산물 쌀 먹는 스페인 최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식당에 유독 한국인 여성분들이 많이 왔던 기억이 난다.
내가 밥 먹는 동안 한국인 여자분들이 10명도 넘게 온 것 같다.
6. 밥 먹고 바로 길 건너면 몬하스델카르멘
맡겼던 짐 찾고 다음 호텔로 이동하려는데
갑자기 온 몸에 열이 펄펄 끓고 오한이 든다.
7. 그라나다 두번째 숙소는 Gar Anat Granada
이 호텔 정말 별점 열개 ★★★★★★★★★★
위치는 광장 기준 몬하스델카르멘에서 더 뒷쪽으로 5~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하지만 근처에서 알함브라궁전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어서 위치가 참 좋다.
하지만 지금은 아픈 상태니, 이 호텔로 걸어가는 10분 동안 온 몸의 기력을 다 쓴 느낌이었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점점 몸살이 심해지는게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엔 이 호텔이 어떤 곳인지, 얼마나 좋은 곳인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외관도 너무나 고풍스럽고
체크인 할 때마다 리셉션 직원이 이 호텔에 대해 정성스럽게 설명을 해준다.
가르아낫 호텔은 예술 작품들에 영감을 받은 호텔이라,
각 객실명은 예술 작품들의 이름, 구절 등을 따온 것이라 한다.
로비에는 "도서관"이 있는데
대부분의 식당들이 시에스타 때문에 열지 않는 오후 3시~5시 사이에
간단한 케익과 차를 제공한다.
많은 책들이 꽂혀있고 잔잔한 음악도 흘러서
편안하고 여유롭게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로비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하나, 거대한 소원나무(위시트리)
각 객실에 엽서와 펜이 놓여져 있는데,
거기에 소원을 적고 위시트리에 달아놓을 수가 있다.
나는 컨디션이 너무 나빴던지라 그걸 하지 못했는데 아직도 참 아쉽다ㅠ
8. 드디어드디어 체크인 후 객실에 들어갔는데, 잠시 객실 인테리어에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잊었다.
고풍스러운 나무로 만들어진 문과 옷장, 창틀
은은한 조명과 그림 장식
무엇보다 객실에 지붕이 있다!!!!!!!!
평평한 천장이 아닌 나무로 만들어진, 마치 한옥 같은 ㅅ 자 형태의 지붕이 있었고
천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구슬 조명이 영롱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 호텔의 아름다움에 대해 백날 글로 이야기해봐야 설명되지 않을 것 같다.
그라나다에 가면 무리를 해서라도 무조건 이 호텔에 머물기를 추천한다.
다음날 알함브라 궁전에 가서 깨달았는데,
이 호텔의 고풍스러운 나무 장식과 같은 것들을 알함브라궁전에서도 볼 수 있었다.
정말 궁전에 초대되어 작고 예쁜 나만의 게스트룸에서 자는 것 같은 느낌이다.
9. 하지만 감탄도 잠시, 열 때문에 너무 춥고 오한이 심하게 들었다.
쓰러지듯이 잠들었다가 두 시간 만에 겨우겨우 일어났다.
이대로 누워만 있다가는 죽겠다 싶어서
번역기를 사용해 메모장에 <감기, 열, 오한, 기침> 등의 단어를 스페인어로 찾아놓고 로비로 내려갔다.
직원은 내가 아픈 걸 보고는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가까운 약국을 알려줬다.
다행이 3분 거리에 약국이 있었다.
약국에 가서 내가 써온 스페인어 메뫀ㅋㅋㅋ를 보여주니
정말 친절하게 감기약과 해열제를 주고 영어로 자세한 설명을 해주어서 감사했다.
힙겹게 호텔에 돌아와서 두꺼운 이불을 더 꺼내 덮고, 약을 먹고, 다시 기절했다.
10. 다시 깨보니 6시쯤 됐던가,
약발이 잘 들어서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어제 타파스 투어 같이 다녔던 여성 동행인분께 연락을 드렸다.
다행이 이 분도 저녁에 산니콜라스전망대 갈 계획이 있다고 하셔서 함께 올라가기로 했다.
11. 이 때 비몽사몽간에도 동행인분께 연락해서 전망대에 올라가 야경을 본게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오전에 고생한 기억이 있어 저녁에는 버스를 타고 편하게 올라갔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을 때 올라가서 정원에 자리를 잡고 여유롭게 야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아름다운 노을도 봤고,
금방 어두컴컴해지면서 막 켜지기 시작한 도시의 불빛도 보고,
산 위에 웅장하게 자리잡은 알함브라궁전의 야경도 보았다.
정말 질릴때까지 동행인과 서로 사진 찍어주고 수다 떨면서
4일 간의 여행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대로 내려가긴 너무 아쉬워서
El Balcon de San Nicolas / 산니콜라스의 발코니 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 식당에 앉아서 보는 알함브라궁전의 야경은 정말..
안달루시아 치고 비싼 물가를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 여기서 모스토를 처음 마셨는데 완전 사랑에 빠졌다.
우리가 앉은 자리의 창가 밑에는 앞건물의 지붕이 있는데,
고양이 두세마리가 자꾸 얼쩡대길래 귀여워서 자꾸 보게됐다.
그런데 그 중 한 놈이 갑자기 창문을 넘어서 우리 테이블 위에 올라왔고
나랑 동행인은 고양이가 좋지만 무서워하는 타입이라 혼비백산해서 테이블에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고양이랑 같이 놀아주던 옆테이블 사람들 빵터짐ㅋㅋㅋ
우리도 빵터짐ㅋㅋㅋㅋ
다행이 고양이는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조용히 돌아갔다.
야경도 멋지고, 음식도 맛있고, 모스토는 예술이고, 고양이도 있고!
정말 완벽한 저녁식사였다.
12. 호텔로 돌아와서 다시한번 인테리어에 감탄하고,
아까 못찍었던 사진을 마구마구 찍고
기분 좋게 그라나다에서의 2일차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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